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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 Reality G2
Even Reality G2

25년간 안경을 쓴 사람으로서, 스마트 글래스라는 카테고리에 항상 반신반의했습니다. 무겁거나, 이상하게 생겼거나, 배터리가 금방 닳거나. 그런데 이븐 리얼리티 G2(Even Realities G2)를 직접 받아보고 나서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디자인, 36g대의 무게, 그러면서도 실시간 번역과 알림까지. 다만 쓰면 쓸수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생기는 간극이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착용감: 36g짜리 안경이 귀를 아프게 하는 이유

처음 꺼내 들었을 때 느낌은 정말 그냥 안경이었습니다. 마그네슘 합금 프레임에 티타늄 안경다리, 판토 보스턴 스타일의 클래식한 금속 테. 제가 직접 써봤는데, 오전 중에는 일반 도수 안경과 전혀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편했습니다.

문제는 오후가 되면서였습니다. 배터리와 주요 칩셋이 안경다리 끝, 즉 귀 뒤쪽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라 장시간 착용하면 귀 윗부분이 눌리기 시작합니다. 전체 무게는 36~37g으로 가벼운 축에 속하지만, 무게 분포가 고르지 않아서 오히려 일반 안경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다행히 동봉된 안경다리 커버를 끼우면 압박이 상당히 줄어드는데, 이게 선택 액세서리가 아닌 필수품이라는 점이 조금 씁쓸하긴 합니다.

피팅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조절 가능한 코받침과 안경다리 덕분에 안경사에게 맡겨 개인별 맞춤 피팅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코에 자국이 심하게 남고 디스플레이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동양인 얼굴형에 맞는 피팅을 해주는 안경사를 찾는 것이 구매 후 첫 번째 숙제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두 번 방문해서야 맞는 세팅을 찾았습니다.

요약: 무게 자체는 가볍지만 다리 끝 무게 집중 설계로 장시간 착용 시 귀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안경사 피팅이 착용감 완성의 핵심입니다.

 

디스플레이: 야외에서 진짜로 보이는 화면

G2의 디스플레이 방식은 마이크로LED(MicroLED) 프로젝터가 빛을 꺾어 도파관(Waveguide) 렌즈에 투사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도파관이란, 빛을 얇은 렌즈 내부에서 전반사시켜 눈 앞에 이미지를 띄우는 광학 부품으로, 쉽게 말해 렌즈 자체가 스크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 조합 덕분에 수백만 니트(Nit) 수준의 밝기를 구현할 수 있어, 한낮 야외에서도 텍스트가 또렷하게 읽힙니다.

색상이 녹색 단일 채널인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눈이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 녹색 파장(약 555nm 부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리광학적 특성을 활용한 설계입니다(출처: Optics & Photonics News, OSA Publishing). 컬러를 포기한 대신 배터리 효율과 발열을 동시에 잡은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다만 아이박스(Eye Box)가 좁다는 한계는 실제로 느껴집니다. 아이박스란 사용자가 디스플레이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의 허용 범위를 뜻하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화면 가장자리가 흐릿해지거나 아예 사라집니다. 안경이 얼굴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체감되는 문제라, 피팅이 착용감뿐 아니라 화질까지 결정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초반에 꼭 잡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 마이크로LED + 도파관 조합으로 야외 시인성 확보
  • 녹색 단일 색상 채택 → 배터리 효율·발열 최소화
  • 아이박스가 좁아 피팅 정확도에 따라 화질 차이 발생
  • 최대 ±12 디옵터(Diopter)까지 도수 렌즈 지원 → 고도근시 사용자도 사용 가능
요약: 야외 가독성은 현존 스마트 글래스 중 최상위권이지만, 아이박스가 좁아 피팅이 곧 화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번역은 쓸 만한데, AI는 아직 멀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완성도에 비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너무 울퉁불퉁합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이븐 AI(Even AI)의 답변 품질입니다. 질문할 때마다 "저는 이븐 리얼리티즈에서 개발한 이븐 AI입니다"라는 고정 문장으로 시작하고, 연속 대화를 인식하지 못해 매번 "Hey Even"을 다시 불러야 합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현상도 빈번합니다. 실제 업무에서 믿고 쓰기에는 위험한 수준입니다.

반면 컨버세이트(Conversate) 기능, 즉 실시간 대화 자막 기능은 잠재력이 있습니다. 해외 미팅이나 출장 현장에서 상대방의 말이 눈앞에 텍스트로 뜨는 경험은 분명히 유용합니다. 다만 화면 상단 2/3를 과거 대화 기록이 채우고 있어 지금 나오는 문장을 확인하기 불편하고,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면 화자 분리가 되지 않아 텍스트가 뒤섞입니다. 마이크 수음 범위의 문제로 입력 소스를 스마트폰으로 설정하면 품질이 개선되는 편입니다.

블루투스 연결 안정성도 과제입니다. G2는 독자 OS 없이 모든 연산을 스마트폰에 위임하는 구조인데, 기기가 절전 모드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깨어나지 않아 앱을 직접 열어 재연결해야 하는 버그가 잦습니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 연동을 통해 집 안 기기를 제어하는 기능처럼 서드파티 플러그인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기반이 불안정하면 위에 쌓는 기능도 흔들립니다.

요약: 실시간 번역·자막은 실용적이지만 Even AI의 완성도와 블루투스 연결 안정성은 아직 베타 수준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대하며 써야 하는 제품입니다.

 

구매 가이드: 이 사람에게는 사도 된다, 이 사람에게는 아직이다

599달러라는 가격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써보고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이미 안경을 끼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평소 도수 안경을 착용하는 분이라면 G2는 기존 안경에 스마트 기능을 더한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12 디옵터(Diopter)라는 넓은 도수 범위를 지원해 고도근시나 원시 사용자도 별도 콘택트렌즈 없이 그대로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은 타사 스마트 글래스에서 찾기 어려운 강점입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 조사기관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스마트 글래스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이 예측되는 만큼, 지금 초기 진입하는 얼리어답터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반면 안경을 쓰지 않는 분이 텔레프롬프터나 AI 비서만 보고 구매를 고려한다면, 저는 조금 더 기다리기를 권합니다. 스피커가 없어 AI 답변을 소리로 들을 수 없고, 음성으로 메시지 답장을 보내는 것도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카메라도 없어 실시간 사물 인식 같은 시각 AI 기능 역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 세 가지 부재가 합쳐지면 일상 스마트 기기로서의 활용 범위가 생각보다 좁아집니다.

별매품인 R1 스마트 링은 터치패드를 통해 직관적인 기기 제어를 지원하지만, 플라스틱 재질에서 느껴지는 품질감과 의도치 않은 손가락 움직임에 메뉴가 열리는 오작동은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클립온 방식의 선글라스 액세서리는 낮 야외에서 화면 가독성을 높여주지만, 도수가 높은 렌즈의 경우 탈부착 과정에서 렌즈 모서리에 상처가 나기 쉬운 설계는 아쉽습니다.

요약: 평소 도수 안경 착용자라면 합리적인 업그레이드, 비안경 착용자라면 스피커·카메라 부재와 소프트웨어 한계를 먼저 감수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븐 리얼리티 G2, 안경 안 써도 살 수 있나요?

A. 살 수는 있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스피커가 없어 AI 답변을 텍스트로만 확인해야 하고, 카메라도 없어 시각 기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평소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다면 599달러라는 가격 대비 실사용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배터리는 하루 종일 쓸 수 있나요?

A. 한 번 충전으로 약 이틀간 사용 가능하며, 충전 케이스를 활용하면 글래스를 최대 7회까지 완충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밤 케이스에 넣어두는 습관만 들이면 배터리 걱정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Q. 안경다리 터치 조작이 불편하다는데 R1 링이 해결책이 되나요?

A. 어느 정도는 됩니다. 안경다리 터치보다 R1 링의 터치패드가 더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다만 플라스틱 재질 특유의 저렴한 느낌과 의도치 않은 오작동이 여전히 발생하므로,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실시간 번역 기능, 실제로 쓸 만한가요?

A. 1대1 대화 상황에서는 충분히 유용합니다. 단,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환경에서는 화자 분리가 되지 않아 텍스트가 뒤섞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이크 입력 소스를 안경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설정하면 수음 품질이 개선되니 꼭 시도해보길 권합니다.

 

Q. 고도근시인데 도수 렌즈 장착이 가능한가요?

A. 최대 ±12 디옵터까지 지원하므로 고도근시·고도원시 사용자도 대부분 커버됩니다. 타사 스마트 글래스 중 이 정도 도수 범위를 지원하는 제품이 드물기 때문에, 시력이 나쁜 사용자에게는 G2만의 실질적인 강점입니다.

 

결론

이븐 리얼리티 G2는 "안경처럼 보이는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 기능이 더해진 안경"을 목표로 설계된 제품입니다. 그 방향성 자체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25년 안경 착용자로서 이 폼팩터가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움은 다른 스마트 글래스가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연결 안정성은 지금 당장 믿고 쓰기보다 업데이트를 지켜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미 안경을 착용하고 있고, 실시간 번역이나 알림 확인 같은 텍스트 중심 기능이 일상에서 필요한 분이라면 지금 도전해볼 만합니다. 반대로 AI 비서나 오디오 기능을 기대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3AI8yRpIz4M?si=qbeYuClpdQDSmg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