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이것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설마 이게 실제로 잘 작동하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드레일러도 카세트도 없는 뒷바퀴를 보면서, 20년 넘게 자전거를 타온 제 뇌가 잠깐 멈춘 거 같았거든요. Gobao의 Infinite eCVT Gearbox Motor, 그 중에서도 플래그십 X1P 모델 이야기인데요. 기계식 변속기를 통째로 없애고 모터 안에 전자식 무단변속기를 집어넣은 시스템인으로, 직접 겪어보니 칭찬과 함께 의문이 동시에 들게 되었습니다.
무단변속, 말로만 들었을 때와 실제는 달랐습니다
제가 처음 케이던스 유지 모드로 페달을 밟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오르막인데 페달 무게감이 알아서 조절되고 있는 거예요. 기어를 바꾼 적도 없는데 말이죠.
여기서 eCVT(전자식 무단변속기)란 기어 단수가 고정된 기계식 변속기와 달리, 모터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변속비를 연속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CVT 변속기처럼 '단수가 없는' 변속을 전자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Gobao X1P는 내부에 독립된 두 개의 모터가 행성 기어 시스템과 결합되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있는데. 첫 번째 모터는 실제 구동력을 만들고, 두 번째 모터는 라이더의 토크와 케이던스(페달 회전수)를 실시간으로 감지해서 페달링을 자연스럽게 보조하도록 되어있다고 합니다.
변속 범위는 최대 500%(X1 모델은 400%)이고, 0.3초 안에 전 범위를 가로지르는데, 기존 12단 변속기처럼 체인이 코그를 타고 넘어가면서 생기는 덜컹거림이나 순간적인 동력 끊김이 없어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급경사 직전에 기어를 못 내려서 페달이 무거워진 채 버텨야 했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이 '덜컥 없는' 변속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하실 걸로 생각됩니다.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는 모드도 인상적이었는데. 3단에서 20단까지 가상 기어 단수를 직접 조작하는 수동 모드, 완전 자동 변속 모드, 그리고 라이더가 설정한 케이던스(페달 회전수)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케이던스 유지 모드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케이던스(Cadence)란 페달을 1분 동안 몇 번 회전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효율적인 라이딩의 핵심 지표입니다. 65, 70, 80 RPM 중 선택하면 시스템이 나머지를 알아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드러움이 늘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기계식 변속기에 익숙한 분들은 오히려 "발밑에서 뭔가 결정되는 느낌"이 없어서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페달에 강하게 힘을 실을 때 약 5% 내외의 미세한 슬립(Squish) 현상, 즉 동력이 살짝 밀리는 느낌이 포착되는데, 이게 예민한 라이더에게는 꽤 거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에코 모드나 트레일 모드에서는 부스트 모드 대비 스로틀 반응이 둔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모드별로 반응성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도 좀 아쉬웠구요.
- 변속 범위: 최대 500%, 0.3초 안에 전 범위 전환
- 지원 모드: 수동(3~20단 가상), 완전 자동, 케이던스 유지(65/70/80 RPM)
- 구동 유닛 무게: 3.85 kg / 최대 출력: 1,500W 피크, 150 Nm 토크
- 주의: 미세 슬립 현상 및 모드별 반응성 편차 존재
슈퍼차저 24분 충전,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
배터리 스펙을 처음 읽었을 때 약간 의심되기도 했습니다. "20분에 20%→80%요? 그거 진짜예요?" 라고요.
탑재된 900 Wh 배터리는 킬로그램당 240 Wh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는데. 여기서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란 같은 무게 대비 얼마나 많은 전력을 담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가볍고 오래 달리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e-bike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150~200 Wh/kg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40 Wh/kg은 상당한 수준이죠.(출처: Energy Storage News).
급속 충전이 가능한 비결은 배터리 셀 자체의 화학적 특성을 개선해 양방향 고출력 전류 흐름을 허용했기 때문이랍니다. 30A 슈퍼차저를 사용하면 0%에서 80%까지 약 24분, 20%에서 80% 구간은 단 20분 만에 충전된다고 합니다. 충전기 자체 무게는 1.2 kg으로, 내부 냉각 팬을 탑재한 능동형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급속 충전 시스템 대비 3배 높은 출력을 같은 무게 수준에서 구현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겪어보니, 이 충전 속도가 라이딩 패턴 자체를 바꿔놓는것 같습니다. 카페 한 잔 마시는 30분 동안 배터리를 거의 다 채울 수 있다는 건 장거리 라이딩의 불안 심리를 상당히 줄여주는 사항이죠. 전기차 업계에서도 급속 충전 기술이 주행 거리 불안(Range Anxiety) 해소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요(출처: IEA Global EV Outlook 2024).
단,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됐을 때의 시나리오는 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eCVT 구조 특성상 내부 모터 중 하나가 회전하며 변속비를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0%에 도달하면 기어비가 고정되거나 페달이 헛도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강제로 저단 기어에 고정하는 기계적 페일세이프(Mechanical Failsafe)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버퍼의 완성도는 장기 실전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레일러를 없앤다는 것, 설계 자유도가 열리는 순간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장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변속 부드럽다"에서 이야기를 끝내는데, 뒷바퀴에서 드레일러와 카세트가 사라진다는 건 자전거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훨씬 더 큰 이야기가 됩니다.
먼저 물리적 신뢰성 측면입니다. 낙차 사고 때 가장 먼저 망가지는 부품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리어 드레일러와 행어입니다. 그게 없어지면 낙차 후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벨트 드라이브와 조합하면 체인 이탈, 체인 끊김, 변속기 마모 같은 정비 트러블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게 되거든요.
두 번째는 언스프렁 매스(Unsprung Mass) 감소 효과입니다. 여기서 언스프렁 매스란 서스펜션 아래쪽에 달린 부품들의 무게를 의미합니다. 이 무게가 가벼울수록 서스펜션이 지면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거친 산악 지형에서 핸들링이 민첩해지는것이고. 카세트와 드레일러가 뒷바퀴 주변에서 자전거 중앙(비비쉘)으로 이동하면서 이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게 되죠. 이는 기계적으로 정밀한 리어 서스펜션 링크 설계를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프레임 설계 자체의 자유도가 훨씬 넓어지게됩니다.
물론 일체형 구조(MGU, Motor-Generator Unit)에서 비롯되는 한계도 있습니다. 모터와 변속기가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모터 동력을 끊고 아날로그 자전거처럼 타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배터리 없이 100% 인력으로만 달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 구조는 부담이나 문제가 될 수있습니다. 또한 모터 일체형 구동 유닛의 장기 효율성, 즉 기계적 마찰과 전자 제어 과정에서 전통적인 체인-스프라켓 방식 대비 동력 전달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실제 산악 지형 장기 테스트를 통해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Gobao eCVT는 기존 전기자전거 모터와 뭐가 다른가요?
A. 일반 e-bike 모터는 구동력만 만들고 변속은 별도 기계식 변속기가 담당합니다. Gobao eCVT는 두 개의 독립 모터와 행성 기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하나의 유닛 안에 통합해 리어 드레일러와 카세트 없이 전자적으로 변속비를 조절합니다. 덕분에 기계식 변속의 충격 없이 0.3초 만에 500% 기어 범위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Q.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면 페달을 전혀 못 밟나요?
A. 이 부분이 저도 가장 걱정됐던 지점입니다. eCVT 구조상 내부 모터 중 하나가 회전하며 변속비를 유지하기 때문에, 완전 방전 시 기어비가 고정되거나 페달이 헛도는 상황이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Gobao 측은 기계적 페일세이프와 BMS 예비 전력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극한 상황에서의 완성도는 장기 실전 테스트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케이던스 유지 모드가 정말 편한가요? 어떤 분께 맞나요?
A. 직접 겪어보니 장거리 투어링이나 피트니스 목적으로 타시는 분께 특히 잘 맞습니다. 65~80 RPM 사이에서 케이던스를 설정하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시스템이 알아서 부하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무릎 부담 없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어택 구간에서 순간 폭발력을 쓰는 스타일의 라이더라면 부스트 모드와 수동 모드를 혼용하는 편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Q. 소음은 어느 정도인가요? 산악 주행에서도 조용한가요?
A. 일반 주행 환경에서는 비교적 조용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을 지금 당장 단정 짓기는 이릅니다. 실제 eMTB 용도로 가파른 오르막이나 거친 산악 지형에서 연속 고부하가 걸렸을 때 발생하는 구동 소음과 발열 제어 능력은 장기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Gobao X1P를 처음 봤을 때의 잠깐 멈칫했던 것은, 결국 "이게 진짜 방향이 맞는 것 같은데"라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무단변속 + 드레일러 제거 + 고밀도 배터리 + 슈퍼차저의 조합은 각각이 아니라 통합된 시스템으로 봐야 그 의미가 분명해져보입니다. 정비 부담을 줄이고 프레임 설계 자유도를 높이면서 급속 충전으로 주행 불안을 해소하는, e-bike 드라이브트레인의 한 가지 완결된 방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시스템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아직 검증이 필요한 부분도 여러부분 존재합니다. 소프트웨어 의존도에서 오는 직결감의 부재와 완전 방전 시 페일세이프 완성도, 장기 실사용 효율과 소음 수준은 더 많은 라이더들의 실전 데이터가 쌓여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먼저 케이던스 유지 모드로 평지와 오르막을 번갈아 타보며 이 시스템의 철학이 본인 라이딩 스타일과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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